최근 10년 간의 케이팝 역사에서 판도를 뒤집어 놓은 사건이라고 하면 역시 '프로듀스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보통의 아이돌 데뷔 수순은 캐스팅이나 오디션으로 연습생으로 발탁돼서 적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노래, 춤, 연기, 외국어, 아이돌로서의 뭐 기타 등등(비게퍼라던가)을 갈고닦은 뒤에 회사의 기획에 맞는 데뷔 멤버에 속해야 합니다.
아무리 힘든 연습생 생활을 했다 해도 최종 멤버가 되려면 기획사에서 최종_이게 진짜 최종_최종의 최종. pptx 이렇게 되어야 하므로 데뷔에는 회사의 뜻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데뷔 빠순이들을 모집할 목적으로 엠넷에서 데뷔 리얼리티를 방영해서 무대로 서로 경연하고 팬들의 투표도 받기도 했지만 (ex: 빅뱅, 위너, 아이콘, 트와이스, 몬스타엑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해볼 만하다 싶으면 데뷔를 시킵니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건 뭐다? 회사 맘이라는 거에요.
그런데 말이죠? 기획사들이랑 같이 합심해서 프로를 방영하던 방송국에서 갑자기 국민 프로듀서가 투표로 '직접' 내 아이돌을 뽑을 수 있다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옵니다. 이건 뭐 대기업 방송국에서 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최고의 쇼를 들고 나옵니다.
코리안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바로 오디션과 경쟁의 민족아닙니까. 오디션에 환장을 하잖아요. 그래서 슈퍼스타 K 가 그렇게 많은 시즌을 내고 뭐 여하튼... 그래서 그 오디션의 민족에게 그것도 솔로도 아니고? 아이돌 그룹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줄 테니 당신의 아이돌한테 투표를 하라고 하니까 얼마나 즐거워요. 투표 결과를 계속 공개하고 심지어 최종에는 무려 생방송으로 당신이 뽑은 아이돌이 탄생하는 미친 연출을 보여줍니다.
수많은 구빠순이들과 이제 갓 빠순이가 된 연령까지 모두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온동네 빠순이들 다 쓸어 갔다구요. 시즌1의 성공으로 시즌2, 시즌3, 시즌4까지 뭐 승승장구하던 프로그램은 결국 마지막 시즌에서 최종 생방 득표수 조작이라는 의혹을 받더니 엑스원은 데뷔 후 곧바로 해체로 활동을 중지했습니다.
그리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해자들이 공개가 됩니다.
데뷔 직전 억울한 탈락…'프듀' 조작 피해자 12명 밝혀졌다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안 모 PD와 김모 CP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안 모 PD, 김 모 CP 투표 조작 결과 시즌1 1차 조작으로 김수현, 서혜인을 탈락시켰다. 시즌2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성현우, 강동호를, 시즌3에선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5위 이가은, 6위 한초은 연습생을 탈락시켰다. 시즌4에선 3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김국헌, 이진우가 탈락됐고 4차 투표 조작으로 6위 구정모, 7위 이진혁, 8위 금동현을 탈락시켰다”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데뷔 직전 억울한 탈락…'프듀' 조작 피해자 12명 밝혀졌다
news.joins.com/article/23923617
안 보면 몰라도 케이팝러버가 어떻게 저 프로들을 안 볼 수 있었겠어요. 시즌 1은 슬렁슬렁 보았지만 시즌 2부터는 열심히 지켜보면서 어이구 가은아 정모야~ 진혁아 다 날아가네~ 를 부르짖었는데 몇 명은 정말 피해자였네요.
엠넷 “‘프로듀스’ 피해 연습생 보상 협의 진행…끝까지 책임 질 것” 사과(전문)
www.mk.co.kr/news/entertain/view/2020/11/1187037/
엠넷에서는 최대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할 셈인지 궁금합니다. 아이즈원은 전폭 지원했으니 이미 아이돌로 데뷔한 친구들 그룹들도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론칭해 줄 셈인가요?
그러면 이미 아이돌의 길을 버린 사람들도 있는데 이쪽에는 어떻게 하려고요? 뭐 실제로 활동해서 얻을 수익을 예상해서 배상을 받도록 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이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돌은 어리고 젊을수록 가치가 높아요. 시간이 진짜 바로 돈이랑 직결되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시간에 대한 가치 평가가 쉬운 것도 아니고요.
근데 프로듀스 조작이었고 피해자들은 밝혀졌는데...
사실 뭐 다들 공공연하게 알지 않았나요. 속았다는 생각은 들긴 들지만 프로그램의 재미와 회사들끼리의 사정이 맞물리니까 알게 모르게 이런 일이 있었을 거라는 걸.
재판부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연습생들은 아마 몰랐을 것이라고 공개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피해자들을 언급하면서 최종 순위를 밝히는 바람에 어느 정도는 유추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소송이 시작되면서 데뷔곡만 내고 활동을 못해버린 엑스원은 솔직히 차라리 해체한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각자 소속사에 들어가서 다시 처음부터 데뷔해야 하는 부담은 있어도 (그리고 엑스원 활동 끝나면 어차피 겪을 일임) 어쨌든 빠순이들은 붙었습니다. 거기다가 엠넷과 소속사 때문이라고 맘껏 욕도하면서 불쌍한 우리오빠들 흑흑 하면서 정신승리하고 덕질을 할 수 있겠죠.
근데 아직 활동을 해야하는 아이즈원에서는 데뷔 최종 멤버 2명이나 조작이라고 하는 상황이 좀 부담스러워 보입니다.
아직 활동해야 할 기간도 있는데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겠죠. 심지어 엑스원이 해체한 뒤에는 나만 불행할 수 없다고 하면서 아이즈원도 해체해야 한다는 공격도 많이 받았잖아요.
하지만 잘 생각해봐요. 연습생들이 정말 무슨 죄냐. 연습생이 조작하는 거 알았어도 데뷔도 못한 고작 연습생 따리가 무슨 힘이 있어요.
거기다가 위에 엑스원 얘기하면서도 말했지만 프로듀스로 데뷔한 그룹은 어차피 프로젝트 그룹이라서 보통 7년 계약의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보다 활동도 짧아요. 활동 끝나면 또 각자 도생해야하는 상황 될 테니까 거 너무 차갑게 대하지 말고 응원 좀 해줍시다.
그런 의미로 아이즈원 파이팅~!!
+사족
프듀가 재밌기는 했지만 빡치는 점. 대기업에서 데뷔하자마자 초대박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아이돌 그룹은 3년 정도는 꾸준한 활동으로 인기를 얻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빨리빨리의 민족인 코리안들은 프듀 이후로는 데뷔하고 1-2년만 돼도 성공 못하면 망돌이라 수식어를 붙여버려 어떤 그룹도 그 수식어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안준영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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